조현화랑과 서울신라호텔은 2023년 12월 1일부터 2024년 2월29일 까지 <Red Accent: Dark Impressions>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특히 레드와 블랙에 대한 해석과 화법이 돋보이는 작품들로 다양한 매체와 고유한 표현방식을 사용하여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추구해온 박서보, 이배, 키시오 스가, 보스코 소디 4인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물을 머금은 한지, 탄화된 목재, 그리고 광물이 풍부한 흙 등의 소재들이 변환되는 과정에서 유기적으로 드러나는 색채는 촉감적 특성을 기반으로 시각적 심상을 구현한다. 수행 예술의 초월적 표현이 빚어낸 레드와 블랙의 강렬한 빛은 그 물성과 기법을 넘어서며,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확산하여 무한한 관념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단색화의 기수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했던 박서보의 묘법의 팔레트는 므네모시네를 환원하는 토템이다. 프루스적인 회상 행위에서 그의 모친께서 애지중지하던 요리스토브와 부엌은 팔레트는 그의 초기 작품의 섬세한 검은색 톤이 되었다. 후기 작품의 획기적인 색상은 등산길에서 마주친 빛깔과 잎사귀의 형이상학적 경험에서와 그 선명한 적색이 캔버스에 분출되었다. 박서보의 작품은 회복과 현시가 작용하는 그림을 그리며 고향 땅의 재를 담아온 위대한 작가들과 개념의 고리를 잇는다. 박서보 작가는 지난 10월 14일 타계하였고, 박서보 작가와 총 14회의 전시를 기획해온 조현화랑은 8월 31일부터 12월 3일까지 박서보의 유작전을 개최하였다.
불로 태우는 격렬한 과정 이후 몇 천년으로 연장되는 숯의 특징은 이배에게 영원이라는 시간의 응축을 상징하며 삶에서 계속 생동하고 지속되는 태도를 대변한다. 숯을 잘라 캔버스에 붙이고 표면을 연마해 완성하는 <Issu du Feu>(불로부터) 연작은 카오스적인 숯 위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빛의 출처에 대한 기억을 일깨우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검은 색의 농담이 가지, 뿌리, 기둥, 등 나무 부위에 따라 달라지며, 자연과 시간이 만들어 낸 수백 개의 나무결과 나무테에 따라, 숯이 놓인 방향과 각도에 따라,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또 달라진다. 조현화랑은 2022년과 2023년 이배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2024년 5월 조각전을 준비 중이다. 이배 작가는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 연계전시의 일환으로 빌모트파운데이션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일본의 모노하(もの派, mono-ha) 운동 창시자인 키시오 스가의 평면 작업들은 물체 내부의 다중 구조 공간을 드러낸다. 언뜻 캔버스 틀이 강조된 듯한 구조의 오브제들은 물체를 사용한 회화적 구성의 모방으로 보이나, 실제 작가가 탐구하는 것은 물체의 두께, 길이, 높이, 폭과 같은 입체의 존재 방식에 대한 명시이다. 그가 창조해 낸 리드믹한 풍경을 질서로 연결하는 것은 상호 의존성이다. 자연 본연의 물체는 그 자체로 자유롭지만, 서로 의존함으로 연속되고 또 존재하는 것과 같다. 여기서 자연물과 인공물의 만남은 무질서에 의존하는 구조와 구조에 의존하는 무질서로서의 총체를 대변하며, 이를 통해 서로 관계함의 가능성을 부여받는다. 조현화랑은 키시오 스가의 개인전을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2월 18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개인전을 통해 1975년부터 2023년까지 제작된 스가 특유의 평면 오브제 작업과 더불어 조현화랑 전시장을 재해석한 장소특정적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풍부한 질감과 선명한 색상의 부조회화로 널리 알려진 멕시코 화가 보스코 소디는 원형에 가까운 무가공의 소재와 색감에서 발견한 정서적인 감응력을 근간으로 작품을 구현하며, 소재적 탐색, 창조적인 몸짓, 자신과 작품과의 정신적 연결고리에 무게를 실어 관념의 장벽을 뛰어넘고자 한다. 물질이 건조되면서 표면에 첫 갈라짐이 나타나는 순간 작업을 중단하며 완성된 작품의 다수를 무제로 남겨두는 이유로 작품의 즉시성과 비매개성을 지목한다. 조현화랑은 보스코 소디의 개인전을 2022년 개최하였고, 2024년 11월 신작을 소개하는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