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화랑은 질감과 색채 표현이 풍부한 대형 회화 작업으로 주로 알려진 보스코 소디(Bosco Sodi, 1970년, 멕시코시티)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조현화랑에서 개최하는 소디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은 빛의 포착과 누출 사이를 스치는 듯한 대기광을 이용해 여태 탐구해온 자연 물성과 과정-집약적 심미성으로 회귀한다. 해운대 전시 공간에 설치된 소디의 혼합 매체 추상작은 동이 트기 직전 하늘이 머금은 푸르름을 떠오르게 한다. 새벽녘 고요가 약속하는 새로운 하루처럼 말이다.
작품 표면의 거칠음과 풍부한 질감은 평면 화면 위에 점토, 톱밥, 안료, 풀 등의 유기적인 소재를 섞어 합착한 것으로, 그 창작조건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작품의 짙은 물성은 결국 재료와 작가의 막역한 관계, 작품 제작에 대한 몸의 ‘수행’을 증거한다. 회화에 대한 그의 방법론은 기술보다 감각이다. 평면 화면 위에 혼합 점체를 분배하는 그의 손의 감각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의 주관적인 즉흥성의 차원이다. 그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연들, 실수와 불완전함도 그대로 수용하며 그의 심미적 표현력에 다양성과 설득력을 더한다.
보스코 소디는 자연의 엔트로피를 깊이 의식하는 작가다. 그의 작품세계는 시간과 세월의 흐름이 이루어내는 것을 탐구하며 결과적 형태에 집착하지 않는다. 작품의 형태는 결국 자연의 소재가 시간에 걸쳐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 혼합 사용되는 흙과 점토도 원형적인 질감과 존재감을 더해주는 한 ‘협력자’고, 본인의 몫을 다 한 작가가 물러나면 환경적 요인이 주체가 되어 시간을 통해 작품을 ‘완성’한다. 온도, 습도, 기류 등이 요인이 되어 작품의 응고 및 경화가 이루어지며 작품이 작가의 의지를 벗어나 표면에 점차 형성되는 균열의 깊이와 폭을 결정한다.
⟨이른 아침, 어제⟩는 소디의 여태 작품과는 토양적 특색이 사뭇 다르다. 푸른 빛을 띄는 그의 근작들은 평면화면 앞에서 그림과 작가가 교환한 기의 흔적을 포착했다는 점에서 기존작과 같지만, 토지의 색이 아닌 창공의 색은 소디의 시선이 지평선 위로 넘어왔음을 암시한다. 작품의 선명한 푸른 빛은 해가 뜨기 직전 ‘여명’의 시간(영미권에서는 이를 ‘blue hour’라 지칭한다)은 태양 광선이 오존층을 투과하는 입사각으로 인해 단파장 청색 빛이 산란되어 가시화되는 시간이다. 작가는 하루가 시작되기 직전, 박명의 일순간을 마주하며 자연과의 연결점을 찾고 시간의 흐름을 상기한다. 고로, 작가의 이번 개인전 제목은 그가 새벽녘 하늘에서 본 특정 남빛 음영에 대한 회고이자 그 빛과 고요 속에 작가의 마음속 잠잠하고 고요했던 마음챙김의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