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화랑에서는 7월10일부터 8월25일까지 강강훈 작가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6년만에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강강훈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는 중요한 자리로서, 300호 대작 회화를 포함한 신작이 발표될 예정이다.
리얼리즘 작가인 강강훈은 어떤 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고, 그림으로 그려낸 현실(realism)과 현대인들 이 살고 있는 현실(reality)사이의 관계를 재해석하게 만든다. 단순히 재현의 차원에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 내면의 세계로 진입하려는 것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우리에게 진정한 자아와 대면하고 자기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여 보도록 유도한다. 또한 우리 내면에 잠들어 있는 또 다른 자아를 탐색하거나 자신의 정체성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간 그는 얼굴의 미세한 솜털과 땀구멍까지 세밀히 묘사해 사진으로 착각하게 하는 인물화 연작을 선보여왔다. 현실에 발을 딛고 살아가면서도 끊임없이 공상과 일탈을 꿈꾸는 현대인을 지칭하는 ‘모던보이’와 여성을 모델로 한 ‘Lady’시리즈는 인간내면의 자유로움과 허탈함을 표현력 있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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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소재로 간간히 등장했던 작가의 딸은 이번 시리즈부터 본격적으로 작품의 주제로 등장하는데, 작가의 딸임과 동시에 작가 자신을 투영한 존재이기도 하다. 작가를 닮은 한 인생의 찰나를 놓치기 싫다는 데서 연유한 최근 작업은 자유로운 물감의 형태들과 성장해 가는 작가의 딸의 얼굴은 둘다 유동적으로 표현된다.
2016년부터 새로이 선보이기 시작한 흩뿌린 블루 물감 시리즈는 철저하게 계획된 연출과 리얼리즘을 해오던 작가에게 강박으로부터 자유를 얻게 해주었다. 고난이 극심했던 그 시기에 누구도 감히 써볼 엄두를 못내는 색을 실재에 입혀놓고 그림까지 과감하게 그려 보는 것은 용기를 얻는 단순하고 모험적인 방법이었다. 또한 이브클랭블루를 보며 꿈꿔왔던 추상에 대한 동경도 이번 작품을 통해 실현되었다.
작품 제작 방식은 대상의 얼굴에 실제로 물감을 뿌리고, 작가가 직접 조색한 색을 칠한 롤스크린 앞에서 수천장의 사진을 촬영하여 그중 선택된 일부가 작업으로 옮겨지는 것이다. 작품에 주로 사용되는 블루 색상은 작가를 대변하는 색으로, 실현하고 싶은 작가의 욕망을 블루를 통해 담아낸다. 블루를 조색하기 위해서는 상당수의 색이 쓰이게 되는데 작가는 이러한 색에 대한 연구에 한 가지 색상만 한정짓지는 않는다.
반면,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분홍은 딸의 아이덴티티를 들어내는 색이다. 조색의 욕구가 강하게 들던 어느 날 여자 아이라서 자연스럽게 핑크를 좋아하게 된 딸의 심경 변화를 표현하고 싶었다. 자칫하면 촌스러워 질 수 있는 색을 만들고 실험하는 것은 작가에게 있어서 끊임없는 도전이며 확장 가능성을 발견하게 한다.
여전히 다스리기 힘든 자유로움과 강박 사이의 경계는 추상과 구상의 교차점에 있는 회화를 구성함에 있어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보여지는 것은 구상적 회화지만 그리는 과정에서 습관이 된 사실적인 묘사법은 추구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 또한 흥미롭게 보아야한다.
조현화랑은 이번 전시를 통해 회화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가 강강훈 작품 앞에서 늘 앞선 예술적 도전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성실히 추구해 온 젊은 화가의 깊어진 역량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층 깊어진 작가의 사유와 작업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