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tist
Kim Chong Hak, Park Seo-Bo, Chung Chang Sup, Yun Hyong Keun, Lee Kang So, Lee Bae
조현화랑에서는 개관 3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선구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김종학, 박서보, 정창섭, 윤형근, 이강소, 이 배 작가의 작품을 모아 조현화랑의 역사와 더불어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를 선보인다.
1989년 부산 광안리 바닷가에 ‘갤러리 월드(조현화랑의 전신)’라는 이름으로 개관한 조현화랑은 당시 미술의 불모지였던 부산에 한국 현대미술의 오늘을 소개하고, 지역 작가를 발굴하며, 다양한 실험적 전시를 함으로써 부산에 미술에 대한 활기를 불어 넣는데 앞장섰다. 전혁림 개인전을 필두로 당시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사조인 단색화풍의 정창섭, 박서보, 이우환, 윤형근, 김기린의 전시를 수 차례 열었다. 이것은 한국 추상회화에 대한 앞선 안목과 한국 현대미술사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주는 것으로 조현화랑의 성격을 보여주는 중요한 바탕이 되었다. 이번 전시는 30 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을 위해 조현화랑과 함께한 작가들의 전시로써, 한국 회화 사의 흐름을 조망하는 대표적인 걸작들과 함께 한국 현대미술의 위상을 높이고자 기획되었다.
얼마전 파리 페로탕 갤러리(Galerie Perrotin)에서 미발표작들을 공개하면서 해외 평론가들로부터 한국의 고흐라 불린 김종학 작가의 18m 대규모 신작이 소개된다. 거대한 화폭에 야생의 꽃과 풀들이 꿈틀대는 듯 역동적인 화법으로 캔버스 위를 빠르게 움직이는 그만의 필법은 이번 대형 화폭위에 드러난다. 그는 지난해 프랑스 기메 국립동양 박물관(Musée Nationale des Arts Asiatiques Guimet) 에서도 개인전을 열었으며, 올 3월에는 아트바젤 홍콩 인사이트 부스 전면을 차지하는 화려한 꽃이 작렬한 대작을 설치하기도 했다. 그는 목공예의 열렬한 수집가로 목가구 전시, 설경전, 생동전을 포함해 조현화랑에서 7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83세의 나이에도 ‘기운생동’을 향한 숭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추상 미술의 선구자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고 있는 박서보 작가의 90년대 제작한 ‘후기 묘법’이 소개된다. 막대기나 자와 같은 도구로 일정한 간격으로 고랑처럼 파인 면들로 만들어진 묘법의 대표작을 볼 수 있다. 곧 아흔을 바라보지만 하루 10시간씩 서 서 캔버스에 4개월 동안 연필을 그어 최근 신작 묘법(描法)을 완성한 박서보는 화이트큐브(With Cube) , 페로탕 갤러리(Galeire Perrotin)와 같은 세계 유수의 화랑에서 수 차례 개인전을 가졌고, 조현화랑에서는 그의 개인전을 8회 소개하였다.
문화적 불모지였던 한국미술에 추상미술을 소개한 작가인 정창섭이 보여준 다양한 기여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예외적인 사례이자 모범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50년 동안 닥종이만 다루다 작고한 한국 미술계의 주역 정창섭의 국내 미발표작 94년 ‘묵고’ 시리즈를 선보인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그의 ‘묵고’(Meditation) 연작은 질서정연한 격자(grid)와 깊은 색의 활용이 특징이다. ‘그리지 않은 단색화’ 작가로 잘 알려진 정창섭 작가는 조현화랑에서는 1994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4번의 개인전을 가진바 있으며 2016년 벨기에 악셀 페르 보르트 갤러리(Axel-Vervoordt)와 페로탕 갤러리(홍콩, 뉴욕, 파리) 전시를 통해 한국 단색화를 세계 무대에 소개하였다.
최근 베니스 시립 포르투니 미술관(Fortuny Museum)에서 회고전을 개막한 윤형근의 작품도 선보인다. 단색화의 거목인 윤형근은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유신체제 등 한국의 격동기를 겪으며 자신의 화풍을 만들어간 작가이다. ’태운 암갈색과 군청색의 블루’라는 두 가지색의 물감과 마포 캔버스의 만남이라는 단순한 형식을 지닌 그의 작품은 무위자연의 동양정신을 담은 간결하고 힘찬 느낌을 동반한 다. 런던 사이먼리(Simon Lee Gallery), 뉴욕 데이브즈워너(David Zwirner) 를 비롯하여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서 큰 주목 을 받았던 윤형근은 조현화랑에서의 개인전을 생전 마지막 전시로 남겼다.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참가하고 있는 이강소 대표작 오리시리즈도 전시된다. 이강소의 회화에 자주 등장하는 오리, 배, 사슴 은 형상을 인위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 사고를 배제한 채 손의 감각과 자연스러운 호흡을 따라가는 것을 통해 관객이 인식 할 수 있는 형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오리가 자유를 상징할 수도 있고, 유령 같아 보이는 배는 고독과 정신적 성찰에 대한 은유로 이해 할 수도 있다. 그는 91년 조현화랑 개관 초창기때부터 시작해 95년, 97년에 개인전을 가지며 부산에 현대미술을 소개하는데 일조했다.
지난해 프랑스 마그 파운데이션(Fondation Maeght) 전시를 통해 유럽 미술계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올해 뉴욕 페로탕 전시를 앞두고 있는 이배 작가도 이번 전시에 참여한다. 본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200호 Issu du feu 시리즈는 숯이라는 재료를 현대적으로 활용하 여 새로운 조형언어를 구축한 이배의 작품 세계를 심도 있게 보여줄 것이다. 조현화랑은 2003년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아크릴 미디움 작 업을 시작으로 2017년 개인전에는 구작 ‘Issu du feu’ 시리즈, 2018년 홍콩 아트바젤 솔로쇼에서는 거대한 숯 조각을 선보이는 등 이 배 작가를 국제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한 올 6월, 베니스 비엔날레 시기에 맞춰 베니스에 위치한 빌모트 파운데이션의 한국작가로는 처 음으로 초대전이 열릴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조현화랑 30년의 역사와 함께 지난 1989 – 2019 전시에 참여했던 50여명이 넘는 아티스트 중 6명을 선정하여, 예전 작업 부터 최근 작업들까지 다양하게 선보이는 자리로써, 한국 회화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