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소개
조현화랑에서는 2월 15일부터 3월 17일까지 김성수 작가의 개인전 <Solist> 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12년 조현화랑에서의 ʻDuplicataʼ 전시 이후 7년 만에 열리는 전시로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는 양가적 풍경의 숲 작업과 화려한 소비를 상징하는 바니타스 Vanitas 작업을 포함하여 총 14점이 소개된다.
김성수 작가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회화 스타일을 단단히 구축하며, 섬세하고 감각적인 표현으로 한국 현대 회화를 대표한다. 그는 프랑스 유학시절 느꼈던 소외감 그리고 현대사회와 현대인의 양면가치의 이중감정을 더욱 짙은 농도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그동안 현란하고 풍요로운 외부세계와 그것을 묵도하는 시선과의 공허함 사이의 대조를 그려냈다. 이전 작업인 ʻ메탈리카ʼ는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를 모티브로 하여 형광 빛과 점점 더 거대해져가는 도시의 모습을 차가운 철골 구조물이란 소재로 다룬 작업이다. 또한 이러한 스펙터클과 화려함 뒤에 가려져 표정없이 공허한 얼굴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ʻ멜랑꼴리ʼ 연작으로 보여줬다.
이번 전시에서는 숲을 주된 소재로 하여 이전의 유형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작품들을 제작하였다. 전작에서 섬세하고 완벽한 형태의 표현과 덤덤하고 무심한 표정의 피사체 모습을 그렸다면, ʻSolistʼ 라는 제목의 이번 작품들은 우리가 아는 나무와 숲인듯 하지만, 왠지 모를 낯섦과 차가운 공기가 감돌아 심지어 서늘한 기분까지 들게한다. 작가에게 숲은 또 다른 안식처이다. 지난 몇년간 아름다움과 슬픔, 화려함과 공허함 등 이중감정을 담아내고자 노력했던 작가는 세상을 뒤흔드는 무질서한 욕망들에 환멸을 느끼게 된다. 작업의 반복적인 행위는 어느 순간 정형화되어 자신만의 틀에 갇히게 되었고, 동시에 내면에서는 새로운 시도에 대한 끊임없는 저항이 계속됐다. 작가가 점점 더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채찍질하던 그 시점에 무작정 산으로 올라가 호흡을 내뱉었는데, 그때 마주한 나무와 숲의 고요함과 우직함은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작가의 작품에서는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의 모습이 아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색감과 서로 얽히고 설킨 가지들의 모습은 기괴하기까지 한다. 처음 실루엣을 그린 후, 뿌리고 지우고 흘리고 덧그리기를 반복하다보니 작가의 의도적인 개입이 없더라도 작품 속 소재들은 서로를 그려 나가게 된다. 처음부터 계획된 이미지 형상과는 멀어지고 작품 자체가 작품을 만들어간다. 이처럼 이번 신작들은 재료의 물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해 기존과는 다른 변화를 시도하여 김성수 회화만이 갖는 독보적인 매력이 표출된다.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강렬한 황금색이 시선을 압도하는 ʻ페르시아 문양ʼ 작업의 ʻVanitasʼ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주로 네델란드와 플랑드르 지역의 상징으로 사용되었고 정물화에서 보이는 상징코드로 ʼ허무, 허영ʼ 의 의미를 가진다. 솔로몬이 외친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Vanitas vanitatum Omnia vanitas, 전도서 1:3)”에서 유래된다. 페르시아 문양은 식물의 형태에서 착안한 것으로 상위계층의 특정 소수자들만이 향유할 수 있었던 황금색 무늬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 황금색이 흘러내리거나 그 형태를 흐트려 당시 이 문양을 소유했던 그들의 권력이 시간이 지난 지금은 아무것도 아님을 표현하고자 한다. 전시 공간의 한 벽면에는 페르시아 문양의 벽지를 설치해 일회성으로 사용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현대사회가 보여주는 욕망과 그 안의 차가움,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 느끼는 공허함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 하고 있는 김성수 작가는 회화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 뿐 아니라 새로운 시도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작품 속에 온전히 담아 깊이와 원숙함이 더욱 짙어진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