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n in 1958,Seoul, Korea

김택상은 30여 년에 걸쳐 ‘물’이라는 매체를 통해 색의 번짐과 침착, 겹침을 실험해온 작가다. 바닥에 눕힌 캔버스 위에 극소량의 안료를 푼 물을 붓고 말리는 반복적인 작업은 수행적이면서도 치유적인 ‘보살핌의 미학’을 드러낸다. 수십 차례의 층위를 쌓아가는 행위는 화면에 미세한 간극을 만들고, 빛을 산란시켜 깊이와 밀도를 부여한다. 마치 자연이 스스로 그려낸 듯 은은하고 담백한 색감을 띤 그의 회화에 대해 작가는 ‘맑을 담’ 자를 써서 ‘담화(淡畵)’라 명명한다.

1990년대 초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업에서 출발한 그는, 옐로스톤 화산 분화구의 물빛에 매혹되며 예술적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후 자연의 구조—물, 공기, 빛, 중력—를 작업실로 끌어들여 자신만의 조형 방식을 구축하며 물질성과 감각, 개념과 자연을 잇는 회화 세계를 펼쳐왔다. 눈에 띄는 대비보다 분간하기 어려운 유사성과 떨림, 그리고 빛의 진동을 담는 그의 회화는 단색화의 계보 속에서 논의되면서도, 자연과 인간, 매체와 인식의 관계를 섬세하게 탐색해온 독자적인 사유의 여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중앙대학교 회화과에서 학사를,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에서 석사를 마쳤다. 리안갤러리 서울과 대구, 도쿄의 다구치 파인 아트(Taguchi Fine Art)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금호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