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은 굉장히 연약하고 평범한 매체이다. 재료 자체는 굉장히 연약하지만 숯의 이미지가 연약하기만 한것은 아니다. 굉장한 깊이도 갖고 있다. 가령 숯을 가지고 먹을 만드는데 이 먹으로 그린 서예 작품들은 그 색감의 깊이와 다양성이 대단하다. 농담을 표현하는 데도 아주 좋다. 보통 검정색은 빛을 흡수하며, 밖으로 빛을 내보내지 않는데 반해, 숯의 검정색은 빛을 흡수하기도 하고 빛을 반사하기도 하는 그런 두 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숯의 굉장히 재밌는 특성이다.”
-이배 인터뷰 중 발췌
이배의 숯은 1000도와 1100도 사이의 가마에서 2주간 태워지고 2주간 식혀진다. 불이 지나간 자리엔 나무 고유의 모습과 향 대신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형태가 남는다. 이렇듯 단순해진 외형의 내면에는 뜨겁게 지나간 불의 자리와, 그 이후 연장된 시간의 영속성이 담긴다. 그리고 이는 추상적 형상이 되어 작품 위를 부유한다.
빛과 어두움, 형태와 공백, 존재와 부재, 생명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숯이라는 물질을 통해 전하는 이배 작가의 전시가 남양유업 1964빌딩에서 열린다. 이번 설치는 앞서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최대 규모로, 16미터에 달하는 붓질 드로잉과 길이 4미터, 높이 1.7 미터의 브론즈 조각이 현대적인 건물 로비를 배경으로 설치된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이어지는 일필휘지의 붓질 끝에 놓인 묵직한 브론즈 조각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이어져온 염원의 형태를 떠올리게 한다.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사다리에 대한 야곱의 꿈 이야기를 도상화한 <Jacob’s Ladder>는 쌓아 올리는 작업에 담긴 염원의 기원이 자연과 인간, 문명과 자연 사이의 순환을 상징함을 추상적으로 드러낸다.
“Charcoal is brittle and quite ordinary as material. We know that the materiality is fragile, brittle, but the image of charcoal is not necessary that of weakness. It also embodies a sense of depth. We see this in Indian ink, made of finely powdered charcoal. East Asian calligraphy boasts amazing depth and variety of tones and textures, simply from this charcoal-ink. It is excellent in expressing shades of light and darkness. With traditional colors, black merely absorbs light and offers little in return, but charcoal-black absorbs with a shimmer. This translucent subsurface scattering of light makes charcoal a fascinating material.”
- Excerpt from Lee Bae Interview
Lee Bae's charcoal undergoes a two-week firing between 1000 and 1100 degrees Celsius, followed by two weeks of cooling. What persists within the simplified structure is the space formerly occupied by the intense flames and the enduring nature of time. The language of charcoal is present across all of Lee Bae's artworks.
Lee Bae's exhibition, which conveys narratives of light and darkness, form and emptiness, presence and absence, life and death through the medium of charcoal, is on view at Namyang's 1964 Building. This installation, in an unprecedented scale, showcases a brushstroke spanning 16 meters and a bronze sculpture measuring meters in length and 1.7 meters in height, set against the backdrop of a contemporary building lobby. The bronze sculpture, placed at the end of the continuous brushstrokes extending from floor to ceiling, evokes a sense of devotion beyond time and space. Titled "Jacob’s Ladder," it abstractly reveals the origins of aspirations intertwined with creation, symbolizing the cyclical relationship between nature and humanity.